제17회 취재보도 부문 수상작

가짜 동아리 배후 기업

한국외대 〈대학알리〉
서지우

대학 친구가 어디론가 24만원을 송금하는 모습을 우연히 봤다. ‘동아리 회비’라고 했다. 어떤 활동이기에 이 정도의 돈이 필요한 걸까. 〈대학알리〉 서지우 기자(한국외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부 언론정보 전공·23학번)는 의아했다. 에브리타임 등 대학 커뮤니티에서는 잘 알려진 마케팅 동아리였다. 주로 인스타그램에 짤막한 예능 영상을 편집해 올리는데, 이 중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한 경우도 있었다. 보통은 돈을 받고 해야 할 일이었다. “스펙을 쌓기 위해 대학생들이 노동력뿐만 아니라 돈까지 내야 한다는 게 기괴했어요.” 비슷한 사례가 더 있을 것 같다는 ‘촉’이 발동했다.

이들이 동아리에 적지 않은 비용을 내는 이유가 있었다. ‘실무 경험과 포트폴리오를 보장한다’는 모집 공고에 혹했다.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에겐 이런 ‘스펙’ 하나하나가 절실했다. 25주간 활동을 끝내고 받은 포트폴리오는 예상과 달랐다. 양식만 제공될 뿐 내용은 공란이었다. 활동 경험은 직접 채워야 했다. “정말 이상하다”라는 말을 반복하던 서 기자는 이런 사례들을 모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취재를 할수록 더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다. 동아리 세 곳의 커리큘럼과 웹사이트 구조가 거의 동일했다. 알고 보니 세 곳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한 회사가 있었다. ‘가짜 동아리 배후 기업’ 탐사보도의 시작이다.

취재하면서 어려운 점이 많았다. 분명 대학생 입장에서 억울한 일은 맞지만 그렇다고 명확하게 ‘불법’이라 보기는 어려웠다. 기업이 동아리를 운영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스펙 한 줄이 아쉬운 학생들의 선택이라 할 수도 있었다. “나의 잘못된 문제의식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치는 보도를 하면 어쩌나 고민했어요.” 의심을 거듭하며 취재를 보강했다. 100여 명이 활동하는 규모인데도 회계 내역이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 서울시 동아리 활동 지원사업 보조금을 받은 점을 짚어냈다. 법률 조언을 구하는 한편 기업 측과도 두 시간 넘게 통화하며 반론권을 보장하려 애썼다. 기사를 읽은 학생들은 ‘학내 단체였으면 징계감’이라며 분노했다.

극소수에 해당하는 사례가 아닐까? 서지우 기자는 청년들의 불안함을 파고든 ‘착취 비즈니스’가 곳곳에 더 존재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요즘엔 취업하기 위해 인턴을 하고, 인턴을 하기 위해 대기업 서포터스에 지원하고, 그 서포터스를 하려고 교내 활동을 쌓아야 해요.” 취업난이 심화되며 스펙 시장 또한 비대해졌다. 문제가 된 동아리 세 곳에는 사회 경험이 적은 대학 1, 2학년이 주로 참여했다. 이들은 활동비를 ‘지급하는’ 대외 활동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한다. 서 기자가 접촉한 학생들은 동아리 활동이 결국 ‘기망’이자 ‘착취’였다며 허탈해했다. “은근히 이런 사각지대가 많아요. 사람이 절박해질 때 가장 취약해지잖아요. 취업하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청년들의 마음을 어른들이 이용하는 게 아닌가 묻고 싶습니다.” 서 기자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가짜 동아리 문제가 제대로 수면 위로 올라오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 수상작 보기

‘가짜 동아리 배후 기업’ 기사 보기 : https://www.univalli.com/news/article.html?no=25763

취재보도 부문 심사평

청년 기자의 시선이 한국 사회 미래가 되기를

박종현 (한국기자협회장)

스펙이 절실했던 청년들의 불안감을 이용한 세태를 고발한 수작이다. 고발 대상은 가짜 동아리와 배후 업체의 실태였다. 동시대 청년들의 절박함을 나쁘게 이용한 세태를 추적한 청년 기자들의 문제의식은 또렷해 보였다. 기사에 따르면, 가짜 동아리를 유지하기 위해 ‘고용된 배우’가 투입됐다. 배후 기업 직원은 조직적으로 개입했다. 겉으로는 자율적 학생 활동이었지만, 실상은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모델이었다. 수상작은 위장과 실체를 분리해서 ‘스펙 다단계’라는 허울을 드러냈다.

이런 보도는 우리를 바꾼다. 보도는 앞으로도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돼야 한다. 그래야 방지책과 개선책이 심도 있게 논의될 수 있다. 청년 언론을 넘어 기성 언론도 이 문제를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행정이 바뀌고, 사회가 바뀐다.

기성 언론인으로서 청년 언론인을 응원한다. 취업 빙하기에 불안감이 큰 청년들을 향한 취재는 용기와 배려가 없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번 기사를 통해 보여준 것처럼 청년 기자들이 진실과 공감을 향한 걸음을 이어갔으면 좋겠다. 향후 기성 언론의 길이 아니더라도, 어디에서라도 그 정신을 붙잡아갔으면 좋겠다.

기성 언론은 청년들이 보기에 성에 차지 않을 수 있지만, 넓게 보려고 노력해주었으면 한다. 영화 〈관상〉의 대사 한 대목을 인용한다. “난 사람의 얼굴을 봤을 뿐 시대의 모습을 보지 못했소.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파도만 본 것이지. 바람을 보아야 하는데. 파도를 만드는 건 바람인 데 말이요.” 오늘 대학 언론인 여러분의 시선이 한국 사회의 미래가 되는 때를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