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대상 수상작

지방소년 표류기

이화여대 〈이대학보〉
정보현, 정재윤, 이선영, 김지수, 변하영, 박소영

“서울에 대한 열등감 같은 게 있었어요.” 〈이대학보〉 정보현 기자(경제학과·21학번)가 이렇게 운을 뗐다. 그는 전남 강진 출신이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여겨졌는데 막상 서울에 와보니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느낌이 들었다. 고향이 밉다가 이내 그리웠다. “성인이 된 이래 숙원사업 같던” 그 감정을 깊이 들여다보고 싶었다. 정 기자의 제안에 공감하는 동료가 많았다. “지방 출신들이 겪는 소외감이 단순히 사적인 감정이 아니었어요(박소영 기자, 커뮤니케이션 미디어학부·23학번).” 〈이대학보〉 ‘지방소년 표류기’ 기획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기자 6명이 참여한 대형 프로젝트다. 같은 취재를 하고 글과 영상이 완전히 다르게 나왔다. 한 시간짜리 다큐멘터리에서는 정보현 기자의 개인 서사가 훨씬 두드러진다. 촬영을 담당한 김지수 기자(커뮤니케이션 미디어학부·21학번)는 “보현이가 가진 스토리가 있으니 최대한 이용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팀에서 유일한 ‘서울 쿼터’를 담당했다는 그는 취재를 하며 사람들이 고향에 대해 느끼는 연대감이 생각보다 강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정보현 기자를 주인공으로 세워 몰입을 유도했다. “서울로 탈출하는 데 성공한 강진 출신 기자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는 이야기예요. 그곳에서 과거 자신을 만났을 때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았어요.”

두 달간 인구감소지역인 전남 강진, 경북 영덕, 강원 양양을 찾았다. 인터뷰 대상만 90명이 넘는다. 청소년의 시선에서 ‘지방 소멸’ 문제를 다뤘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정보현 기자는 “청년인구를 유입하려는 정책은 많지만, 우리는 애초에 청소년이 고향을 떠나지 않게 하는 방법을 묻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취재팀이 만난 청소년들은 ‘학원이 다양하지 않아서’ ‘통신사를 선택할 수 없어서’ ‘아이돌이 오지 않아서’ 아쉽다고 토로했다.

그런데 정작 그곳에서 계속 살고 싶은지 물었을 땐 의외의 답이 나왔다. 많은 청소년들이 지역을 떠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김지수 기자는 ‘소멸’ ‘쇠퇴’로만 지역을 묘사하는 방식이 편견이 아닌지 묻는다. “이렇게 지역에 살고 싶은 수요가 많은데 왜 충족되지 않을까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의견이 대체로 일치했다. 지난해 여름, 취재팀 전원이 보현씨의 강진 본가에 방문했을 때다. 막상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아 방에 누워 불을 다 끈 채 브레인스토밍에 돌입했다. 자연스레 개인적인 경험을 털어놓던 중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외쳤다. “잠깐만, 이거 녹음해야 해!” 그렇게 기록한 날것의 순간들이 자연스럽게 영상에 쓰였다. “한번 발칙하게 해보자”라는 지수씨의 말에 촬영 내내 분위기가 한껏 고양되었다고 한다.

다큐멘터리가 담지 못한 구체적 실태와 통계, 정책적 해법 등은 지면 기사로 풀어냈다. 취재 자체가 공동체는 물론 각자의 삶을 돌아보는 긴 여정이었다. 박소영 기자는 말한다. “상경한 사람들 중엔 고향을 미워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은 서울 중심적 사회가 고향을 미워할 수밖에 없는 마음을 만드는 게 아닐까요?”

정보현 기자도 취재를 하며 그 마음과 조금 화해했다. “여전히 열등감에 시달리고는 있지만” ‘강진 출신이라서’라는 생각은 덜 하게 되었다. “이제 탓할 게 사라졌다”라는 정 기자의 농담에 일동은 웃음을 터트렸다.

※ 수상작 보기

‘지방소년 표류기’ 기사 보기 : https://inews.ewha.ac.kr/news/articleView.html?idxno=74181
‘지방소년 표류기’ 다큐멘터리 보기 : https://www.youtube.com/watch?v=8kVJv1UFOF4

대상 심사평

이들의 10년 후가 기대된다

강윤기 (한국PD연합회장)

올해 〈시사IN〉 대학기자상 ‘대상’ 수상작으로 〈이대학보〉의 ‘지방소년 표류기’ 기획을 선정하기로 했다. 큰 이견이 없었고, 결정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다. 지방 소멸 담론에서 소외된 인구감소지역 청소년의 삶을 조명한 ‘지방소년 표류기’가 대상으로 뽑힌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심사위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방송·영상 부문에 올라온 ‘지방소년 표류기’ 다큐멘터리의 힘이 강력했고 설득력이 있었다고 평했다. 브이로그 영상 같은 풋풋함이 느껴지면서도 지루할 만하면 등장하는 재미 요소의 흡인력도 돋보였다. 주인공 화자의 두드러진(스스로가 지방 출신이어서 가능했던) 개성과 그가 만나는 사람들의 솔직한 이야기가 정제되지는 않았지만 생생했다. 오랜만에 고향집으로 내려온 주인공이 부모님과 만나는 장면은 강한 여운을 남겼다. 그리고 다큐멘터리의 밑바닥에는 촘촘한 문제의식과 치밀한 취재가 깔려 있었다. 그래서인지 제작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충분히 잘 전달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완성도 높은 다큐멘터리다.

두 번째, 취재보도 부문으로 출품한 ‘지방소년 표류기’ 보도 기사는 탁월한 심층취재가 눈길을 끌었다. 다큐멘터리가 주기 어려웠던, 조금 부족한 부분에 대한 갈증을 같은 제목의 보도 기사가 잘 채워주었다. 교육·문화·교통 등 지방 소년들이 겪는 불편함과 고립감을 체계적으로 다뤘다. 또한 여론조사와 인터뷰, 현장 취재 등 여러 취재 기법을 통해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했다. 취재한 기자들의 오랜 고민과 치열한 협업이 만들어낸 결과일 것이다.

방송·영상 부문과 취재보도 부문에 각각 출품된 ‘지방소년 표류기’는 서로의 장점을 담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아마추어가 흔히 하는 실수 중 하나가 중심을 잃고 표류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방소년 표류기’는 표류하지 않고 지방 청소년의 현실을 입체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애초의 기획의도를 잘 밀고 나갔다. 제작자가 하고자 한 이야기를 재미있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다면 그것만큼 훌륭한 콘텐츠는 없다. 이 작품에 참여한 대학생 기자, 크리에이터들의 10년 후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