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음알음 들은 적 있는 이야기였다. “학생자치기구 내 어느 단체가 학생자치비를 못 받고 있다는 말이 돌았다. 잠시 ‘깔끔하게 지급이 안 됐나 보다’라고만 생각했다. 이렇게 거대한 문제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인하대학신문〉 박하늘 기자(정치외교학·21학번)의 말이다.
박하늘 기자와 이상혁(정치외교학·22학번) 기자는 지난해 인하대 전직 총대의원회 의장 A씨가 자치비를 반환하지 않은 사건을 연속 보도했다. 자치비는 총학생회비 가운데 각 학생자치기구로 분배되는 예산이다. A씨는 자치비 일부를 자신의 차명계좌로 옮긴 뒤 반환하지 않았다. 미반환된 자치비는 약 4000만원에 이른다. 기성 언론이 쓴 적 없는 최초 보도였다. 반향은 컸다. 총학생회가 소송 절차에 들어가고 총대의원회 의장단은 전원 사퇴했다. A씨 사건은 이제 수사기관이 담당하고 있다.
이상혁 기자는 미반환된 자치비 액수를 파악하는 일이 몹시 까다로웠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최초 보도에서는 총대의원회가 추산한 2400만원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는 그보다 많았다. 각 자치기구가 받지 못한 돈을 합산하고, 감사 자료를 들여다보며 돈의 흐름을 쫓다 보니 비는 액수가 있었다. 총대의원회는 1500만원을 추가로 반환받은 뒤 이 사실을 따로 공시하지 않았다. 10월 후속 보도에 나선 배경이다. 이 기자는 “여름방학 내내, A씨가 머릿속에 살다시피 했다”라고 말했다.
보도하기 어려웠던 더 결정적인 이유도 있었다. 친분이다. 전직 의장 A씨는 (2024년 기준) 현직 총대의원회 구성원들과 끈끈한 관계였다. 박하늘 기자는 “전임 의장에게 돈이 있다는 사실은 보도 전부터 (총대의원회 구성원) 대부분 알았다. 왜 거기 있는지, 왜 아직 분배가 안 됐는지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사람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박하늘 기자 또한 A씨와 안면이 있었다. 그는 박 기자에게 ‘이 일이 터지면 앞으로 살아가는 게 힘들어진다. 돈은 곧 반납할 테니 보도를 늦춰달라’고 요구했다. 인간적으로 흔들렸지만 기사를 내지 않을 수는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이 정도 사안을 보도하지 않으면 내가 여기서 일하는 이유가 뭘까 생각했다.”
큰 사건이지만 대학 사회에서 자주 터지는 일이기도 하다. 두 기자는 제도 개선으로 이를 방지할 수 있을지 오래 고민했다고 말했다. 박하늘 기자는 부정적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쉬이 밝힐 수 없는 시스템의 맹점을 끝내 들여다보는 게 언론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학생회칙 조항은 촘촘했다. 제도를 바꿔 ‘한탕 해보겠다’는 사람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시스템 안에 걸쳐 있으면서도 한 발짝 떨어져 있는 게 대학 언론이고, 그게 우리 존재 의의라고 생각하게 됐다.”
올해는 예년보다 다양한 대학 소속 언론사의 보도물이 본선에 올라와 대학 언론의 토대가 조금 더 튼튼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본선 진출작이 저널리즘적 가치 측면에서 각각 두드러지는 장점을 지니고 있었다. 취재보도 부문 수상작을 선정할 때 심사위원들은 특히 해당 보도가 대학 공동체의 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에 초점을 맞춰 평가했다.
〈카이스트신문〉의 ‘입틀막’ 관련 보도는 2024년 2월 카이스트 학위수여식 당시 한 졸업생이 축사를 하러 온 윤석열 당시 대통령을 비판하는 발언을 하다 끌려 나간 사건 이후 9개월 동안의 카이스트 공동체에 초점을 맞췄다. 해당 사건 이후 학생, 교수, 학교 당국, 졸업생 등 카이스트 공동체 내 여러 구성원들이 어떻게 연대하고 균열했으며 그 과정이 공동체의 신뢰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매우 세심하게 관찰하고 기록했다. 다만 그 과정을 연대기식으로 나열한 터라, 저널리즘적 완성도 측면에서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럼에도 대학 공동체의 의미, 발전 방향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하는 진지한 태도를 높이 사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인하대학신문〉의 학생자치비 관련 보도의 경우 대학 공동체 내 감시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했다는 점을 특히 높이 사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자치비가 학생들이 납부한 학생회비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학 언론이 응당 관심 가지고 살펴볼 만한 일이다. 학생자치기구 전 간부가 고액의 자치비를 배분 또는 반환하지 않고 본인의 차명계좌에 넣어둔 사실을 보도하면서, 담당 기자들은 단순히 횡령 의혹을 제기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관련 하위 자치기구 관계자와 현 자치기구 책임자 등을 폭넓게 취재하고, 사건의 진행 상황도 꼼꼼히 살펴 보도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해당 보도가 구체적 사건 해결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는 점도 주지할 만하다. 이 보도를 통해 관련자 징계 및 민형사 소송이 이뤄졌으며, 기성 언론도 이 건을 중요하게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