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취재보도 부문 수상작

‘입틀막’, 그 후 아홉 달

한국과학기술원 〈카이스트신문〉
정광혁

“흠이 많아 계속 부끄럽습니다. 꾸중이라도 듣고 싶습니다.” 〈카이스트신문〉 정광혁 기자(화학·22학번)는 대학기자상에 응모하면서 이렇게 썼다. 무슨 뜻인지 물었다. “현장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뭘 잘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을 받는 게 맞나 싶었지만 심사평을 듣고 싶었다.”

정 기자는 카이스트 학위수여식 ‘입틀막’ 사건을 기사화했다. 지난해 2월 카이스트를 방문한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축사하던 도중, R&D 예산 삭감에 항의하던 카이스트 졸업생이 경호원들에게 끌려 나간 일이다. 기사는 사건 발생 9개월 후 나왔다. 학생과 교수, 학교 당국이 취한 조치를 되짚고 그들의 생각을 살폈다.

기사는 학생에 대한 정권의 탄압이나 학교 당국의 불충분한 대응을 성토하는 방향으로 내달리지 않는다. 질문을 던지고, 서로 나뉜 견해를 보여주고, 그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구조를 취한다. 12·3 비상계엄을 겪은 후에는 이 기사 방향이 후회되었다고 정광혁 기자는 말했다. “계엄은 카이스트에서 있었던 일을 다시 설명한다. 이 사건이 국가 폭력이라는 사실에 집중해야 했다. 기사를 쓱쓱 읽으면 ‘졸업생도 잘못했네’라고 생각할 법하다.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

그러나 더 단선적인 기사로 구성하지 않은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아홉 달이 지나자 학교 당국뿐만 아니라 모두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했다. 학생들도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어 보였다. 일부 교수는 오히려 이 취재의 ‘정치적 저의’를 의심했다. 카이스트라는 ‘공동체’를 논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였다. “이것은 해프닝일까, 카이스트의 상황은 사건이 일어나기 전과 같을까, 운이 나빠서 대통령이 오지 않았다면 아무런 일도 없었을까… 이런 물음을 던지려고 했다.” 기사는 후반부에서 ‘공론장과 연대의 부재’를 지적한다.

악조건 속에서 꽃피운 보도였다. 〈카이스트신문〉 취재부는 3명이다. 학교 특성상 학내 언론 활동은 장래에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 기자를 비롯해 뜻있는 기자 몇 명만 남아 제각기 긴 기사로 면을 채워왔다. 학교 측은 ‘입틀막’ 기사를 좋아하지 않았다. 기사의 정치성이 우려된다며, 신문 인쇄비를 카이스트의 이름으로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정 기자는 다급히 선배 기자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그들의 조력으로 겨우 신문을 냈다.

학내에서 겪은 무관심과 탄압의 일화들을 정광혁 기자는 아무렇지 않은 듯 이야기했다. 다만 내란 사태 후 시민들이 나온 광장을 지켜보며, 부러웠다고 말했다. “권리를 찾으려는 의지의 표현들이 거기에 있었다. 지난해 2월 카이스트에는 없었다. 다들 무력했다. 대학이 광장으로 나가고, 거기서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취재보도 부문 심사평

꼼꼼하게 살피고 끊임없이 질문했다

최지향 (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올해는 예년보다 다양한 대학 소속 언론사의 보도물이 본선에 올라와 대학 언론의 토대가 조금 더 튼튼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본선 진출작이 저널리즘적 가치 측면에서 각각 두드러지는 장점을 지니고 있었다. 취재보도 부문 수상작을 선정할 때 심사위원들은 특히 해당 보도가 대학 공동체의 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에 초점을 맞춰 평가했다.

〈카이스트신문〉의 ‘입틀막’ 관련 보도는 2024년 2월 카이스트 학위수여식 당시 한 졸업생이 축사를 하러 온 윤석열 당시 대통령을 비판하는 발언을 하다 끌려 나간 사건 이후 9개월 동안의 카이스트 공동체에 초점을 맞췄다. 해당 사건 이후 학생, 교수, 학교 당국, 졸업생 등 카이스트 공동체 내 여러 구성원들이 어떻게 연대하고 균열했으며 그 과정이 공동체의 신뢰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매우 세심하게 관찰하고 기록했다. 다만 그 과정을 연대기식으로 나열한 터라, 저널리즘적 완성도 측면에서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럼에도 대학 공동체의 의미, 발전 방향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하는 진지한 태도를 높이 사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인하대학신문〉의 학생자치비 관련 보도의 경우 대학 공동체 내 감시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했다는 점을 특히 높이 사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자치비가 학생들이 납부한 학생회비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학 언론이 응당 관심 가지고 살펴볼 만한 일이다. 학생자치기구 전 간부가 고액의 자치비를 배분 또는 반환하지 않고 본인의 차명계좌에 넣어둔 사실을 보도하면서, 담당 기자들은 단순히 횡령 의혹을 제기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관련 하위 자치기구 관계자와 현 자치기구 책임자 등을 폭넓게 취재하고, 사건의 진행 상황도 꼼꼼히 살펴 보도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해당 보도가 구체적 사건 해결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는 점도 주지할 만하다. 이 보도를 통해 관련자 징계 및 민형사 소송이 이뤄졌으며, 기성 언론도 이 건을 중요하게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