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7명이 4개월 동안 달라붙은 큰 기획이었다. ‘밖에서 인정받고, 상 한번 받아보자’는 마음으로 의기투합했다. 취재 후에는 “주 3회씩 술을 마시며” 보도 방향을 조율했다. 제16회 대학기자상 대상을 받은 중앙대 방송국 UBS 기자들이다.
고려인이라는 주제는 윤서영 기자(사진학과·21학번)가 제안했다. 안성 다빈치캠퍼스 소속이라, 인근 ‘외리’에 사는 고려인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입학하고 학교 근처 집을 구하려 하는데, ‘외리라는 곳은 외국인이 많아 위험하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윤 기자 제안에 다른 기자 여섯 명도 즉각 찬성했다.
김민영 기자(경영학·20학번)는 “현장의 중요성을 절감했다”라고 말했다. “이주민은 당연히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문화에 적응하고 싶을 줄 알았다. 하지만 외리는 러시아어로만 소통해도 아무 문제가 없는 곳이었다. 아이들도 굳이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지 않았다.” 김선범 기자(경영학·18학번)는 기성 미디어의 관점과 다른 현실을 느꼈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가 무언가 잘못해서 이주민이 사회에 녹아들지 못한다’는 관점이 있다. 그런데 취재하면서 ‘고려인들 스스로 한국 사회에 녹아들고 싶은가?’ ‘녹아들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들을 집단이 아니라 개인으로 바라봐야 하는 것 아닐까.”
영상과 음악에도 공을 많이 들였다. 영상 촬영을 주로 담당한 김민우 기자(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21학번)는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그걸 담아내는 그릇이 대학생 과제물처럼 나오면 사람들이 안 보더라. 그림이 조금만 안 예쁘게 나와도 다시 촬영 간 적이 많다”라고 말했다. 김 기자는 취재 요청을 거절하는 다문화 교실에 여러 차례 읍소해 끝내 인터뷰를 성사하기도 했다. ‘기성 언론이 할 수 없는 걸 하되 기본 수준은 맞추자’는 게 UBS 구성원들의 모토라고 했다. 인턴 활동 중이었던 김예진 기자(경영학·21학번)는 “직장에서 배운 바를 이 보도에 꼭 적용하고 싶었다. 음악이든 자막이든 ‘그들은 어떻게 하지?’를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UBS 기자들은 이주민을 동정하지 않는 것을 기조로 잡았다. 그래서 더 묵직한 문제의식을 제기할 수 있었다. “그들은 성인이 된 뒤 3D 업종으로 가는 걸 당연하게 여겼다. 3D 업종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이주민이 가져올 수 있는 장점 하나는 다양성 제고인데, 특정 지역이나 직종에 고립되어 있으면 사회 갈등만 커질 것 같다.” ‘빈곤 포르노’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서 고려인 아이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은 되도록 담지 않았다. 인권을 고려한 생각일 뿐 아니라 정직한 시각이기도 했다. “실제로 만난 고려인 아이들은 그저 천진난만한 아이들일 뿐이었다.” 조직 전체를 갈아 만든 이번 수상작에 대해 김선범 기자는 “지금 다시 한다면 10배는 더 잘 만들 수 있다”라고 말했다.
도로는 연결과 구분의 기능을 수행한다. 공간과 공간을 이어주면서 동시에 도로의 양옆을 구분하는 경계가 되기 때문이다. 경기도 안성시 대덕면 내리 중앙대학교 다빈치캠퍼스(안성캠퍼스) 인근 ‘중앙대학로’도 그러하다. 7차선 대로를 경계로 오른쪽에는 중앙대학교가, 왼쪽에는 광덕초등학교가 위치하고 있다. 행정구역상 한마을이지만 거주민들은 ‘내리’와 ‘외리’로 구분한다. 지도에 없는 마음속 경계이다.
중앙대학교 방송국(UBS)의 탐사기획물 〈그곳엔 고려인이 산다〉에는 ‘외리’에 사는 고려인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중앙대 캠퍼스 쪽 ‘내리’에는 아기자기한 카페와 음식점들이 모여 있다면, ‘외리’에는 성냥갑 같은 5층 빌라들이 무질서하게 펼쳐져 있다. 외리는 2007년부터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에서 이주한 고려인의 밀집 거주지역. 광덕초교 전체 학생 239명 중 190명(79.5%)의 부모가 중앙아시아 출신이다.
영상은 드론으로 하늘에서 내려다본 중앙대학로 모습으로 시작한다. 고려인과 그 자녀들이 모여 산다는 사실의 전달이 아니다. 대학생 기자들은 한국인과 어울리지 못하고 ‘섬’이 된 이주민 청소년의 일상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서툰 한국어로 좌절을 겪고 대신 러시아어로 일상을 사는 아이들. 대부분 학업을 따라가지 못하기에 한국 사회에서 성공도 꿈꾸지 않는다. 그 대신 부모처럼 하루하루의 노동을 대물림하고 있다.
심사위원들은 〈그곳엔 고려인이 산다〉를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영상의 짜임새도 훌륭했지만 공동체의 미래를 생각하는 학생들의 마음씨가 아름답다. 대학생 기자는 차별이 아닌 공존을 되묻는다. 수상작에는 외리의 청소년들이 당당한 한국인으로 함께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여러 고민이 담겨 있다. 내리와 외리 사이를 연결하는 횡단보도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