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국립대 교지편집위원회에서 발행하는 〈개척자〉는 1950년 창간했다. 200쪽이 넘는 단행본 분량의 교지를 한 해에 한 권씩 펴낸다. 2022년에는 71집이 나왔다.
지면 매체라면 피할 수 없는 고민이 〈개척자〉 앞에도 놓여 있었다. ‘공부하다 잠 오면 개척자를 읽어보세요’라는 홍보 문구 아래 가판대에서 교지가 줄어드는 속도는 해를 거듭할수록 느려졌다. 9월에 교지 발행을 마치고 홀가분함을 즐길 새도 없이 또다시 일을 벌였다. 총 4회에 걸쳐 뉴스레터 형식으로 제작된 ‘남강 유등축제, 배리어프리를 향해’이다.
매년 가을 개최되는 ‘유등축제’는 진주시를 대표하는 행사이다. 김세은(러시아학과 20학번)·백민지(중어중문학과 19학번)·김유민(중어중문학과 19학번)·정유진(중어중문학과 20학번)·조예진(일반사회교육과 19학번) 편집위원은 진주성을 중심으로 남강 일대에서 펼쳐지는 유등축제의 배리어프리 실태를 꼼꼼하게 조사했다. 진주역과 축제장을 연결하는 교통수단, 축제 장소의 보행로, 남강 양쪽을 잇는 부교, 각종 체험 부스, 남강 유람선 등 휠체어 이용자가 유등축제를 즐기기 위해서는 여러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개척자〉 뉴스레터는 친근한 말투와 여러 시각자료를 활용해 전국 최초로 ‘무장애 도시’를 선포한 진주시의 유등축제가 교통약자들의 이동권을 가로막는 ‘유장애 축제’라는 점을 지적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시위가 이번 취재를 기획하는 데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에 가장 큰 이슈였던 만큼 장애인 이동권을 다루고 싶었는데 〈개척자〉만이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스럽더라고요. 바로 머릿속에 연상되는 게 지하철인데 진주에는 지하철이 없잖아요. 교통약자들을 막아서는 배리어라는 게 ‘서울뿐만 아니라 진주시에도 존재한다. 우리가 걷는 이 길이 바로 장애인들도 걷는 길이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김세은 편집위원).” 올해에도 남강에 띄워진 유등들이 진주의 가을밤을 밝힐 것이다. 지역 고유의 아름다움을 더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도록 시 관계자들이 이 보도를 꼭 봤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개척자〉와 인터뷰를 마쳤다.
학우들에게 외면당한 신문이 쌓여 있는 캠퍼스 풍경은 그리 낯설지 않다. 요즘 대학생들이 예능과 드라마 등에 비해 시사·보도에는 그리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공동체 문제를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신문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기에 2023년 대학 언론인은 ‘극한 직업’이다.
경상국립대학교 교지 〈개척자〉의 ‘남강 유등축제, 배리어프리를 향해’는 그런 대학 언론인들의 고민이 오롯이 담겨 있다.
지역에서 가장 큰 축제인 진주 남강 유등축제에서 장애인이 소외되는 현실을 뉴스레터 형식을 빌려서 보도하고 있다.
친근한 대화체의 기사 문장과 장애인들의 축제 접근을 막는 다양한 사진들, 하이퍼링크를 통한 시각자료 제시 등을 통해서 독자와의 간극을 좁히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또 거대 담론이 아니라 지역 문제에 대한 지적과 개선으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려는 의지가 엿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