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특별상

‘대면 수업 전환’ 총장 발언 검증

〈숭대시보〉: 강석찬, 김도윤, 김정연, 조민규, 이다혜, 이영서, 손효민, 최은지

당초 취재 장소는 〈숭대시보〉 편집국이었다. 강석찬 전 편집국장(철학과 17학번), 김정연 전 기자(정치외교학과 19학번)와 우선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었다. 두 기자는 올해 2월을 끝으로 학보사 기자 임기를 마쳤다. 학보사에 남아 활동하고 있는 최은지 현 편집국장(문예창작전공 20학번), 이다혜 기자(정보사회학과 20학번), 손효민 기자(언론홍보학과 21학번)는 수습기자 교육 일정을 마치고 조금 늦게 인터뷰에 합류하기로 되어 있었다.

학교 교직원이 편집국 사용을 제지한 건 인터뷰를 시작하고 20분 남짓 지났을 무렵이었다. 교직원은 강석찬 전 국장과 김정연 전 기자가 더 이상 학보사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숭대시보〉 사무실을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급하게 근처 커피숍으로 이동해 인터뷰를 이어갔다. 학교 당국과 〈숭대시보〉 기자들 사이에 여전히 흐르고 있는 긴장 관계가 읽히는 듯했다.

지난해 10월, 장범식 숭실대학교 총장은 〈매일경제〉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19로 닫혔던 학교 문을 열고 11월부터 전면 대면 수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사에 따르면 숭실대가 타 대학과 달리 대면 강의를 재개할 수 있는 비결은 착실한 방역 준비와 ‘끊임없는 학내 구성원 설득 덕분’이었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100% 대면 수업 전환은 금시초문이었다. 기사가 나간 10월19일 강석찬 당시 편집국장이 발 빠르게 취재해본 결과 학생들의 대표기구인 총학생회뿐만 아니라 학교 실무팀조차도 대면 수업 전환 계획을 모르고 있었다.

〈숭대시보〉가 이 사안을 취재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학교 측의 압박이 시작됐다. 기자들은 총장 발언 검증 기사를 쓰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학보사를 담당하는 주간교수는 기자 전원을 해임하며 다음 날까지 편집국에서 짐을 빼라고 지시했다. 하루 만에 해임 통보는 철회되었지만 〈숭대시보〉는 학보 제작을 이어갈 수 없었다. 11월 중순 학교 당국은 학보사에 배정된 예산 부족을 이유로 2021년 〈숭대시보〉 발행을 조기 종간시켰다.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학교의 방침에 반기를 드는 일이 두렵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기자들은 행동하는 쪽을 택했다. 총학생회와 함께 ‘숭대시보 언론탄압사태 대응 TF’를 조직해 학교본부에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대학언론인네트워크, 서울권 대학언론연합회 등 다른 대학의 학보사들도 〈숭대시보〉의 싸움에 힘을 보탰다. 〈홍대신문〉 박찬혁 기자는 〈시사IN〉 대학기자상 특별상 부문에 〈숭대시보〉를 추천했다. 부산 대학언론인네크워크 소속으로 올해 대상을 받은 〈동아대학보〉는 지난 3월 학내 표현의 자유라는 주제로 〈숭대시보〉 사태를 다루었다.

〈숭대시보〉는 올해 2월 학보 발행을 재개했다. 지난해 학교 측과 대립할 때 후배 기수에 속했던 기자들이 이제 학보사를 이끌고 있다. 손효민 기자는 〈숭대시보〉에 남아 학보사를 지키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기자가 되기를 꿈꿔왔는데 지난해 그런 일을 겪으면서 회의감이 적지 않았다. 언론사가 이런 곳이라면 꿈을 접어야 하나 여전히 고민스럽다. 하지만 모두가 떠난다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단번에 편집권 독립이 위태로운 학보사 구조를 탈바꿈할 수는 없다. 그래도 조금씩 노력해보려 한다.”

특별상 부문 심사평

기자 정신과 정당한 투쟁 평가받아 마땅하다

김동훈 (한국기자협회 회장)

숭실대학교 장범식 총장은 지난해 10월19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11월부터 전면 대면 수업을 하겠다”라고 밝혔다. 학내 구성원들에게는 큰 뉴스가 아닐 수 없었다. 〈숭대시보〉 기자들이 이 발언의 배경과 진위 여부를 취재하고 검증하는 것은 대학 언론으로서 당연한 일이었다. 장 총장을 인터뷰했던 〈매일경제〉 기자, 교육부, 총학생회장, 교내 학사팀 등을 종합적으로 취재한 결과 장 총장이 말한 전면 대면 수업은 사실이 아님을 확인했다. 그러나 〈숭대시보〉 주간교수는 “학교의 명예와 위신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라며 해당 사안에 대한 취재와 기사 작성을 막았다. 기자들이 학보 발행을 주장하자 학교 측은 〈숭대시보〉 기자 전원을 해임했다. 우여곡절 끝에 기자들은 전원 복직됐지만 이후에도 학교 측의 압력은 더욱 심해졌고, 비판적인 기사에 대한 간섭도 계속됐다. 급기야 학교 측은 예산상의 이유를 들어 2021년 학보 발행을 조기에 종간시켰다.

과거 군사정권 때나 벌어졌을 법한 학보 발행 중단과 학보사 기자 해임 사태가 2020년대에 버젓이 벌어졌다. 〈숭대시보〉 기자들의 투쟁은 다른 대학 학보사 기자들에 의해서도 대학기자상 특별상 부문 후보로 추천됐다.

심사위원들은 〈숭대시보〉 기자들이 학생들의 학교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총장의 전면 대면 강의 발언을 검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도 학교 측이 학보사 기자들의 정당한 취재를 방해하고 학보 발행을 막은 것은 부당하며, 이 과정에서 〈숭대시보〉 기자들이 보여준 기자 정신과 정당한 투쟁은 평가받아 마땅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학교 당국이라는 거대 권력과 싸우는 〈숭대시보〉 기자들에 대한 서울 지역 대학 언론사들의 지원과 연대도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고, 이들에 대한 격려의 의미를 담아 〈숭대시보〉 기자들을 만장일치로 특별상 수상자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