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특별상 부문

위기의 서강-서강대 ‘서강대 언론사협의체’

금준수·김선우·김예찬·나광현·노지율·박세인·오한나·이시원·이주현·이지윤·전용범·전치현·정유빈·주현우·한영원·황동준·황지현

4년에 한 번 총장 선거를 할 때마다 소란이 일었다. 서강대학교 총장은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 중에서 이사회가 최종 선출한다. 그러나 매번 예수회가 내정한 후보가 총장으로 선출된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서강대는 가톨릭 수도회인 예수회가 설립한 교육기관이다. 2016년 유기풍 전 서강대 총장은 임기 5개월을 남기고 사퇴하면서 “‘예수회 신부 총장론’이 각본대로 진행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2020년 총장 선출에서도 같은 논란이 반복되었다. 지난해 9월30일 예수회의 최고 책임자가 ‘심 아무개 신부를 총장으로 지지하라’고 쓴 이메일을 예수회 신부들과 직원에게 보낸 사실이 〈서강학보〉를 통해 공개되었다.

황동준 〈서강학보〉 편집국장(사학과 16학번)은 지난해 여름방학 동안 교직원, 이사회 임원, 교수 등을 만났다. 그간 학생들이 볼 수 없었던 이사회 회의록, 감사보고서, 이의제기서, 법인의 법정부담금 계획서 등 수천 장에 이르는 자료를 확보했다. ‘학교가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느낌만은 분명했다. 황 기자는 학내 네 개 언론사를 모았다. 〈서강학보〉와 영자신문 〈서강헤럴드〉, 방송국 〈서강TV〉 〈SGBS〉의 기자·PD가 공동 취재팀인 ‘서강대 언론사협의체’를 꾸렸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학내 언론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나광현 〈서강헤럴드〉 기자(커뮤니케이션학과 17학번)는 “공동 취재를 통해 전반적으로 활력을 높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한 달 동안 자료를 분석했다. 전치현 〈서강TV〉 기자(신문방송학과 20학번)는 재정팀을 맡아 법인의 재정 관리를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관련 자료만 400쪽에 이르렀다. 재정팀 세 명은 일주일에 사나흘씩 둘러앉아 ‘법인전입금’ ‘법정부담금’ ‘목적전입금’ 같은 생전 처음 듣는 단어를 검색했다. 한 문장씩 ‘해독’하며 각자 이해한 내용을 서로 확인했다. 이사회 회의록을 거듭 들춰보며 누가 말이 달라졌는지, 어떤 지점에서 허위로 보고되었는지 파악했다. 그 와중에 법인의 자회사를 발견하는 수확을 거뒀다. 법인의 자회사 ‘이로컴퍼니’의 대표자가 이사회 상임이사로 등재돼 있으며, 사업 활동은 전무한데 매년 3000여만 원의 적자가 발생한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서강학보〉에 기사를 담고 영문으로 번역해 〈서강헤럴드〉에 실었다. 〈서강TV〉와 〈SGBS〉에는 영상으로 만들어 올렸다. 학내 여론은 뜨거웠지만, 결과적으로 예수회가 공개적으로 지지한 총장이 당선되었다. 그러나 변화가 없지는 않았다. 학생들은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주었고, 학교 여러 기관은 취재에 성심껏 답하며 대학 언론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주었다. 황동준 국장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좋은 보도로 점차 신뢰와 인정을 받으면서 대학 언론의 무게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아직 다 보지 못한 법인 관련 자료는 2021년 1학기 〈서강TV〉 국장이 되는 전치현 기자가 “앞으로 언론사 활동을 하는 동안 모조리 파헤쳐보겠다”라며 포부를 남겼다.

특별상 부문 심사평

식상할 듯한 이슈 공동 취재로 점화

홍성철 경기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총장 선출과 관련된 대학 내 잡음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역의 일부 비리 대학은 물론이고 서울의 명문 사학에 이르기까지 총장 선출 과정에서는 크고 작은 논란이 일어난다. 그래서 식상할 수 있다. 서강대 언론사협의체 공동 취재 보도 역시 오래된 주제를 건드리고 있다. 하지만 내용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의 모순과 불안한 미래를 지적한다.

기사는 대학 내 민주적 거버넌스의 부재를 질타한다. 교수협의회는 학교 측이 인정하지 않아서 임의단체가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재단 이사회는 일방적으로 총장 선출을 도모하고 있다. 이번에도 ‘예수회 신부 총장설’이 제기되었다. 예수회가 재단 이사회와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상황에서 예수회 신부 총장설은 구성원들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대학 언론은 무엇을 해야 할까? 학생들에게 총장내정설 이면에 담긴 사정을 밖으로 알려야 했다. 하지만 취재하기가 쉽지 않다. 공동 취재팀을 구성하고, 폐쇄적인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 구성부터 법인의 재정 관리, 이사회 운영 과정 등에 대한 검증을 통해 시리즈 기사를 작성했다. 학생들의 외침은 작은 파동을 그려냈다. 대학기자상 심사위원회는 서강대 대학 언론이 공동 취재하여 다양하고 힘 있게 보도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학생들의 이러한 외침이 모인다면 언젠가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