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영상 부문문

VEGAN, BEGAN!-이화여대 〈EUBS〉

노채림·유호선

이화여대 미디어센터에는 다른 대학 언론 종사자들이 부러워하는 제도가 있다. 미디어센터 소속 〈이대학보〉와 방송국 〈EUBS〉, 영자신문사 〈이화보이스〉의 기자·PD는 매체별로 방학마다 두 명씩 해외 취재의 기회를 얻는다. 선발이 되면 1인당 최대 300만원을 지원받는다. 〈EUBS〉 노채림 국장(경제학과 19학번)과 유호선 홍보부장(영어교육과 19학번)은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인 2020년 2월, 3주간 미국에서 대학 내 채식 문화를 취재했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대학가에는 채식 문화가 급격히 퍼졌다. 교내 식당에서는 채식 수요 조사를 하고,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의 ‘채식’ 게시판은 늘 인기가 있다. 노채림 국장은 한 교양과목 수업을 들으며 일주일 동안 채식을 체험하는 리포트를 써냈다. 기대와 달리, 채식주의자로 살기는 여러 어려움에 부딪혔다. 식단이 부실한 탓에 식사가 불만족스러웠다. 메뉴도, 양도 적었다. 노 국장은 “다양성이 보장되는 곳이 대학인데, 이곳에서까지 식생활 선택권이 없어서는 곤란하다. 다양성의 가치를 배우는 측면에서도 이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이들은 패스트푸드나 육류 소비가 많으면서 채식 선택권도 넓은 것으로 보이는 미국 대학 세 곳을 찾았다.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가 선정한 ‘채식 친화 대학’ 목록을 참고했다. 실제 접한 대학 내 식생활 문화는 놀라웠다. 캘리포니아 대학 데이비스 캠퍼스에는 학생들이 운영하는 농장이 있고, 여기서 키운 식자재를 학교 식당에서 직접 요리했다. 4주에 한 번씩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영양팀과 요리팀이 개발한 메뉴로 바뀌었다. 컬럼비아 대학·뉴욕 대학에서는 각각 채식인과 비채식인 학생을 만나 마트에서 장을 보고, 비건 식당을 찾았다.

고생스러웠지만 취재는 재미있었다. 문제는 귀국한 뒤였다. 3주 동안 취재한 영상 파일이 2000여 개에 달했다. 영상미를 위해 여러 각도에서 촬영한 터라 다시 열어볼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메모리가 쌓였다. 결국 지난해 3월 말에 시작한 편집이 11월이 되어서야 끝났다. 그간 주기적으로 〈EUBS〉 뉴스를 제작했고, 수업을 들었으며 시험을 쳤다. 유튜브로 ‘영상 효과 넣는 법’ 등을 하나씩 공부했다. 지루한 영상을 선보이고 싶지 않아 어떻게 편집하면 좋을지 고심을 거듭했다. 1부와 2부 총 30분짜리 미니 다큐멘터리 〈VEGAN, BEGAN!〉은 그렇게 탄생했다.

이들은 〈EUBS〉 유튜브 채널에 영상을 올리며 홍보용 종이 포스터도 직접 제작했다. 대학 내 모든 벽면과 엘리베이터에 이 포스터를 붙였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다큐멘터리를 시청해달라고 글을 남겼다. 코로나19 탓에 영상에 대한 반응을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지만, 다행히 조회수나 댓글 반응이 좋은 편이다. 유호선 홍보부장은 “취재원을 섭외하고 인터뷰하는 실전 취재는 처음이었다. 그 어떤 교육을 듣는 것보다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훨씬 많이 배웠다”라고 말했다.

방송·영상 부문 심사평

갑론을박 끝에 두 작품 선정

전성관 한국PD연합회 회장

방송·영상 부문 본심에는 3편이 올라왔다. 그중에서 군대 내 자살 문제를 다룬 보도와 미국 비건 문화를 조명한 보도를 놓고 의견을 나눴다. 두 작품의 차이는 분명했다. 하나는 우리 사회에서 풀리지 않는 숙제인 군대 내 죽음에 대해 깊이 있게 천착했다. 다른 하나는 채식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미국 현지에서 완성도 높은 촬영과 편집으로 표현했다. 심사위원들은 기준을 어디에 두고 보느냐에 따라 의견이 갈려 갑론을박을 벌였다. 결국 두 작품 모두를 수상작으로 선정하기로 했다.

고려대 방송국 〈KUBS〉의 ‘군 자살’ 보도는 시의성을 가진 동시대의 문제를 꼼꼼히 들여다본 면이 좋았지만, 뒤로 갈수록 분명한 메시지가 잘 보이지 않았다는 견해가 있었다. 이화여대 방송국 〈EUBS〉의 ‘미국의 채식 문화’ 보도는 작품의 완성도가 높다는 의견이 일치했다. 다만 우리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데다 채식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등 깊이 있는 보도를 할 만한 이슈임에도 표면만 훑은 것 같아 아쉽다는 심사평도 나왔다. 그 밖에 ‘텔레그램 성착취’ 문제를 다룬 성신여대 자치언론 〈온성신〉 역시 제작에 들인 고민이 선명해서 좋았으나 아쉽게 수상작으로 선정되지 못했다.

방송은 소재·주제의식·구성·촬영·대본·음악 등 여러 구성요소의 결합물이다. 그중 어느 한 부분이 무너지면 다른 요소가 아무리 분발한다고 해도 프로그램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즉, 시청자에게 의미를 전달하고자 한 목표에 다다를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 고려대 〈KUBS〉 작품에서 진행자가 나올 때 얼굴을 제외한 상반신 일부만 나오는 촬영 구도나, 성신여대 〈온성신〉 보도에서 다른 화면이 하나도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인터뷰만 이어지는 화면은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이화여대 〈EUBS〉의 영상은 좋은 편집임에도 불구하고 채식에 문외한인 시청자를 위한 배려(예를 들면 자막)와 출연자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어서 제작자의 의도를 따라가기 버겁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런 한계가 있음에도 주제에 대한 천착, 섭외·구성·촬영, 편집에 이르기까지 기성 방송에 근접하는 완성도를 담은 작품을 보도한 대학 언론인 여러분의 성과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