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영상 부문

군 집중조명-고려대 〈KUBS〉

박나리·이나영

어떻게 하면 독자의 눈을 더 오래 사로잡을 수 있을까? 기성 매체가 하는 고민을 대학 언론도 피할 수 없다. 고려대 방송국 〈KUBS〉는 유튜브 조회수가 높은 편이다. 웹드라마, 웹 예능, 단편영화, ASMR 등 인기 있는 콘텐츠를 모두 활용한다. 영화 〈라라랜드〉 OST를 뮤직비디오로 만든 영상은 조회수 193만 회를 기록하는 등 특히 인기가 높다. 그러나 뉴스를 다룬 영상물은 조회수가 세 자릿수를 넘지 않는 편이다. 보도부를 지원하는 인원도 유튜브 영상을 제작하는 영상부에 비해 적다. 결국 스낵을 먹듯 가볍게 즐기는 ‘스낵뉴스’를 제작하고 카드뉴스를 만든다. 시청자의 눈길을 붙잡으려는 여러 노력 중 하나다.

군대 내 자살 문제를 다룬 37분짜리 탐사보도물은 예외적인 탄생이었다. 빠듯한 마감 스케줄 탓에 품이 들고 장기 취재가 필요한 시사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시도된 적이 없었다. 박나리 기자(사회학과 18학번)는 항상 가벼운 주제의 뉴스만 내놓는 상황이 아쉬웠다. 방송국 임기 마지막 학기인 2020년 4월, 의미 있는 영상물을 남기고 싶었다. 이나영 영상PD(미디어학부 18학번)와 시사 다큐를 만들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즈음 학교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50대 여성 송덕순씨를 만났다. 고려대 영문학과에 재학 중이던 송씨의 아들 최현진씨는 2018년 11월 군 입대를 한 지 6개월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선임의 괴롭힘, 과도한 업무 등을 호소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를 통해 2019년 2월에는 최씨와 같은 부대의 김 아무개 하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확인했다. 이들은 군대 내 상담을 받고 스트레스를 호소했지만, 상황이 개선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대에서 죽음에 이르기 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었을까? 박나리 기자는 “‘군인은 당연히 힘들다’는 인식을 뛰어넘어 이들의 자살이 사회적 죽임일지도 모른다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취재는 쉽지 않았다. 국방부와 국가보훈처 등 국가기관은 사실 확인을 해주지 않았다. 무엇보다 기자로서 고민해야 할 지점이 적지 않았다. 피해자 측의 입장을 얼마나 반영하고 어떻게 객관적으로 보도해야 하는지, 또 무엇이 객관적인지 거듭 토론했다.

‘피해자’의 유족들은 이번 보도와 관심으로 위안을 받았다고 했다. 박나리 기자와 이나영 영상PD는 ‘군대 내 자살 문제’를 취재하는 동안 이론적으로 배워온 언론 윤리가 실제 취재현장에서 적용될 때 어떤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지 확인했다. 졸업 후 기자가 되기를 꿈꾸는 이들은 “이 시대의 언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온몸으로 느끼는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방송·영상 부문 심사평

갑론을박 끝에 두 작품 선정

전성관 한국PD연합회 회장

방송·영상 부문 본심에는 3편이 올라왔다. 그중에서 군대 내 자살 문제를 다룬 보도와 미국 비건 문화를 조명한 보도를 놓고 의견을 나눴다. 두 작품의 차이는 분명했다. 하나는 우리 사회에서 풀리지 않는 숙제인 군대 내 죽음에 대해 깊이 있게 천착했다. 다른 하나는 채식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미국 현지에서 완성도 높은 촬영과 편집으로 표현했다. 심사위원들은 기준을 어디에 두고 보느냐에 따라 의견이 갈려 갑론을박을 벌였다. 결국 두 작품 모두를 수상작으로 선정하기로 했다.

고려대 방송국 〈KUBS〉의 ‘군 자살’ 보도는 시의성을 가진 동시대의 문제를 꼼꼼히 들여다본 면이 좋았지만, 뒤로 갈수록 분명한 메시지가 잘 보이지 않았다는 견해가 있었다. 이화여대 방송국 〈EUBS〉의 ‘미국의 채식 문화’ 보도는 작품의 완성도가 높다는 의견이 일치했다. 다만 우리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데다 채식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등 깊이 있는 보도를 할 만한 이슈임에도 표면만 훑은 것 같아 아쉽다는 심사평도 나왔다. 그 밖에 ‘텔레그램 성착취’ 문제를 다룬 성신여대 자치언론 〈온성신〉 역시 제작에 들인 고민이 선명해서 좋았으나 아쉽게 수상작으로 선정되지 못했다.

방송은 소재·주제의식·구성·촬영·대본·음악 등 여러 구성요소의 결합물이다. 그중 어느 한 부분이 무너지면 다른 요소가 아무리 분발한다고 해도 프로그램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즉, 시청자에게 의미를 전달하고자 한 목표에 다다를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 고려대 〈KUBS〉 작품에서 진행자가 나올 때 얼굴을 제외한 상반신 일부만 나오는 촬영 구도나, 성신여대 〈온성신〉 보도에서 다른 화면이 하나도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인터뷰만 이어지는 화면은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이화여대 〈EUBS〉의 영상은 좋은 편집임에도 불구하고 채식에 문외한인 시청자를 위한 배려(예를 들면 자막)와 출연자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어서 제작자의 의도를 따라가기 버겁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런 한계가 있음에도 주제에 대한 천착, 섭외·구성·촬영, 편집에 이르기까지 기성 방송에 근접하는 완성도를 담은 작품을 보도한 대학 언론인 여러분의 성과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