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취재보도 부문

성교육 기획-이화여대 〈이대학보〉

김소진·김지원·이도윤·이예슬

한 친구가 회사에서 ‘위험수위를 넘는’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았다는 얘기를 들은 게 계기가 되었다. 이예슬씨(사회학과 15학번)는 관련 언론 보도를 찾아보았다. 성교육 강사의 자질 문제를 비판하는 기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가 왜 반복되는지, 어떤 교육을 거쳐 강사가 되는지 등 구조를 지적하는 기사가 없었다. 이화여대 언론고시반에서 함께 공부하는 이도윤(언론정보학과 12학번)·김소진(국어국문학과 15학번)·김지원씨(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14학번)와 취재팀을 꾸렸다.

10만원씩 모아 수강료 40만원을 마련했다. 이예슬씨가 대표로 성교육 강사 자격증을 발급하는 민간업체에 등록했다. 문제가 곧바로 드러났다. 강사는 성희롱 개념에 대한 설명을 19초 만에 끝냈고, 불법 촬영 범죄를 우스꽝스럽게 재현했다. ‘여자는 주차를 못해도 이해하는데, 남자가 못하면 쌍욕을 한다’ ‘여자는 똘똘 뭉치는 게 많아서 (상대방을 가해자로) 몰아간다’ 같은 문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시험은 ‘오픈북’으로 치러졌다. 강사는 서술형 답을 다 알려주었다. 일부러 기본적인 문제를 틀린 이예슬씨도 3시간30분 만에 성교육 강사 자격증을 손에 쥐었다.

다른 업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험을 치르지만 합격선이 없거나 시험 없이 수료증을 발급해주는 업체도 있었다. 수료 후에는 곧바로 성희롱 예방교육 강사로 활동할 수 있었다. 2007년 정부는 사업장마다 성희롱 예방교육을 의무화했다. 양질의 성교육에 대한 수요는 늘었지만, ‘성교육 강사’ 교육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취재팀은 고용노동부의 담당자가 ‘업체의 운영 방식에 문제가 있는 건 알지만 이미 등록된 업체를 취소할 수 없다’고 답변한 사실을 고스란히 기사에 담았다.

이처럼 ‘문제가 있어도 어쩔 수 없다’라거나 ‘문제가 없다’는 관점을 가진 독자를 어떻게 설득할지를 두고 오래 논의했다. 취재팀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법한 문제들을 추렸다. 기준은 ‘20대 여성뿐만 아니라 50~60대 남성이 보아도 문제가 될 만한 것’이었다. 2020년 2~3월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동안 “누구든지 무조건 읽게 만들겠다”라며 이를 갈았다. 관련 기사는 2020년 6월 〈이대학보〉 제1599호에 실렸다.

심사위원들은 기성 언론에도 없던 특종 보도라고 입을 모았다. 취재보도 부문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다만 이 기사를 작성한 이들이 대학 언론 매체 소속이 아닌 객원기자 신분이라는 점을 두고 〈시사IN〉 대학기자상 취지에 맞는지에 관한 토론이 있었다. 대학기자상은 2009년 대학 언론인을 격려하고 대학 매체의 활성화를 위해 제정되었다. 대학 매체에 기고된 기사 또는 영상물이 응모 대상이다. 수상은 만장일치로 결정되었다. 한 심사위원은 “기성 언론에서도 파헤칠 생각을 못한 주제를 묵직하게 밀어붙였다. 소재 발굴 능력이 놀랍다”라고 평가했다.

취재보도 부문 심사평

적절한 소재 선정 뛰어난 완성도

김동훈 한국기자협회 회장

취재보도 부문은 가장 치열한 경쟁 분야다. 올해도 무려 133편이 응모해 36편이 1차 심사를 통과했고, 10편이 최종 심사에 올라왔다. 심사위원들은 〈이대학보〉의 ‘성교육 기획’과 〈조대신문〉의 ‘키워드로 총선 읽기’를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이대학보〉의 ‘성교육 기획’은 모든 심사위원에게 호평을 받았다. 우선 소재 선정이 좋았다. 기성 신문이나 방송 뉴스에 보도해도 손색없을 정도다. 특히 대학생들에게 관심을 촉발할 수 있는 소재였다. 문제를 지적하고 파헤치는 과정을 잘 전개했으며 문장 구성이나 문체도 학생 기자 수준을 넘어 기성 언론 못지않은 완성도를 갖췄다고 심사위원들은 감탄했다.

가장 경쟁이 치열한 부문인 데다 훌륭한 작품이 많아서 취재보도 부문 수상작을 한 편 더 선정했다. 심사위원들은 〈조대신문〉의 ‘키워드로 총선 읽기’와 〈서울대저널〉의 ‘남대문 쪽방촌을 찾다’, 서울대 〈대학신문〉의 ‘서울대 시험 족보 파헤치기’ 등 세 후보작을 놓고 치열한 논의를 펼쳤다.

〈조대신문〉의 ‘키워드로 총선 읽기’는 지난 선거에서 반짝 화두가 되었다가 잊힌 18세 선거권 부여와 청년 정치 문제를 다뤘다. 20대 투표율이 낮은 상황에서 만 18세가 된 고3 학생은 참정권이 보장돼 있음에도 선거 교육을 제대로 못하는 현실에 주목하며 관심을 촉발시켰다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꼽혔다. 〈서울대저널〉의 ‘남대문 쪽방촌을 찾다’는 기성 언론의 르포 기사로도 손색없을 만큼 잘 썼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 사회 부조리와 소외된 사람들에게 집중하며 ‘대학 언론이 어떤 시각을 가져야 하는지’ 보여주는 기사라는 의견이 나왔다. 〈대학신문〉의 ‘서울대 족보 파헤치기’는 대학가의 오랜 관행인 ‘시험 족보’ 문제를 파헤쳤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다만 기사의 결론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었다.